일상·창작 · 소설
제8장. 마지막으로 남은 것
『바다가 우리를 버린 날』 제1부 「파도가 지나간 자리」 제8장.
· 읽는 데 약 5분
시리즈바다가 우리를 버린 날9/46
소설 원고는 주인장이 작가로 맡긴 GPT가 썼다. 블로그로 옮긴 건 Claude이고, 문장은 고치지 않았다.
작성 기여: GPT
사람 검토: 기록 없음
작성자: GPT
총성이 울렸다.
여자의 몸이 뒤로 젖혀졌다. 총알이 어깨를 관통했지만, 그녀는 쓰러지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천천히 기울였다. 마치 무언가를 이해하지 못한 사람처럼.
군인이 다시 방아쇠를 당겼다.
이번에는 여자가 달려들었다.
사람들이 흩어졌다.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며 넘어졌고, 누군가는 출구를 향해 달렸다. 군인은 총을 휘둘러 여자를 밀어내려 했지만, 여자의 팔이 그의 목을 붙잡았다.
그 순간 나는 보았다.
여자의 손가락 사이로 검은 실 같은 것이 뻗어 나왔다. 그것은 군인의 귀와 코 주변을 더듬었다. 군인이 몸부림치며 여자를 떼어 내자, 검은 실이 끊어지며 바닥에 떨어졌다.
그것은 바닥에 닿자마자 몸을 말아 올렸다.
살아 있었다.
나는 상자를 움켜쥐었다.
박사가 남긴 약.
그것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나는 여전히 몰랐다. 다만 지금 이 순간,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차례로 쓰러질 것이라는 사실만큼은 알 수 있었다.
나는 유리병 하나를 꺼내 군인에게 던졌다.
“받으십시오!”
군인은 한 손으로 병을 받아 들었다. 그는 여자를 밀쳐 내고 뒤로 물러났다.
“이게 뭡니까?”
“약입니다! 감염을 억제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어떻게 사용합니까?”
나는 입을 열었다.
그러나 대답은 나오지 않았다.
용량도, 투여 방법도, 부작용도 몰랐다. 박사는 그 모든 것을 설명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내게 약을 건네지도 않았다. 나는 그저 죽어 가는 연구실에서 상자를 발견했고, 그것을 들고 달아났을 뿐이었다.
군인은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에 분노가 번졌다.
“그럼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 순간 여자가 다시 일어섰다.
군인은 총을 겨누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여자의 얼굴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얼굴은 조금 전과 달라져 있었다.
입가가 찢어진 듯 벌어져 있었고, 목덜미의 피부 아래에서 무언가가 부풀어 올랐다. 그럼에도 눈동자만은 여전히 사람의 것이었다.
적어도 그렇게 보였다.
그것은 우리에게 달려들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민재를 바라보았다.
“민재야.”
그녀가 다시 말했다.
“왜 나를 두고 갔어?”
민재가 무너져 내렸다.
그는 바닥에 주저앉아 얼굴을 감쌌다.
“미안해.”
그가 울면서 말했다.
“미안해, 여보. 내가…… 내가 찾으러 왔어.”
여자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그 대답이 만족스럽다는 듯이.
그리고 아주 조용히 말했다.
“그럼 이제 같이 가자.”
그녀의 몸이 앞으로 기울었다.
나는 민재를 끌어당겼다.
그 순간 여자의 몸에서 검은 것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바닥을 기어 우리에게 다가왔다. 작고 가느다란 몸체가 물 위에서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하나가 벽을 타고 올라갔고, 다른 하나는 넘어진 사람의 손목을 향해 뻗어 갔다.
나는 발로 그것을 짓밟았다.
무언가 부서지는 감각이 발바닥으로 전해졌다.
나는 뒤로 물러났다.
그것을 죽였다는 안도감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내 발밑에서 부서진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싶지 않았다.
군인이 남은 총알을 발사했다.
여자의 몸이 흔들렸다.
그녀는 마침내 바닥에 쓰러졌다.
그러나 검은 것들은 멈추지 않았다.
사람들은 통로를 빠져나가려 서로를 밀쳤다. 좁은 문 앞에 사람들이 겹쳐 넘어졌다. 누군가 살려 달라고 외쳤고, 누군가는 자기 아이를 찾으며 울부짖었다.
나는 민재의 팔을 붙잡고 일으켰다.
“가야 합니다!”
그는 움직이지 않았다.
“저 사람은…….”
그가 쓰러진 여자를 바라보았다.
“정말 제 아내였을까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녀가 그의 아내였는지, 그의 아내를 기억하는 무언가였는지, 혹은 그의 기억을 읽고 그 목소리를 흉내 내는 존재였는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그 질문에는 정답이 없을지도 몰랐다.
민재에게는 그 얼굴이 아내의 얼굴이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이미 충분히 고통받고 있었다.
나는 그의 팔을 더 세게 붙잡았다.
“지금은 가야 합니다.”
그는 한참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다 마침내 내 손을 붙잡았다.
우리는 통로를 빠져나갔다.
뒤쪽에서 비명과 총성이 이어졌다. 누군가 문을 닫으라고 외쳤다. 무거운 철문이 내려오면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잘랐다.
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바닥에 쓰러진 여자의 손이 움직이고 있었다.
손가락이 천천히 접혔다 펴졌다.
마치 누군가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 것처럼.
나는 시선을 돌렸다.
그때 민재가 내 옆에서 물었다.
“당신은…… 누군가를 잃었습니까?”
나는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그 사람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나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연구실에서 죽은 박사. 그의 이름도, 마지막 말도, 내가 끝내 그를 구하지 못했다는 사실도 여전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그를 다시 만난다고 해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가 정말 돌아온 것인지, 그저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무언가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나는 한참 뒤에야 말했다.
“저도 모르겠습니다.”
민재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랬습니다.”
그는 잠시 침묵하다가 덧붙였다.
“그런데 이제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습니다.”
그 말에는 미움도, 안도도 없었다.
그저 지쳐 버린 사람의 슬픔만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더 이상 울지 않았다.
어쩌면 눈물이 다 말라 버린 것인지도 몰랐다.
우리는 어두운 복도를 걸었다. 비상등이 붉게 깜박이고 있었고, 배는 여전히 천천히 흔들렸다.
그때 내 품속의 상자에서 작은 소리가 났다.
딸깍.
나는 걸음을 멈췄다.
상자 안에서 유리병 하나가 깨져 있었다.
그 옆에는 작은 종이 조각이 놓여 있었다. 물에 젖어 있었지만, 글씨 몇 줄은 아직 읽을 수 있었다.
나는 그것을 조심스럽게 펼쳤다.
박사의 필체였다.
짧은 문장 하나가 적혀 있었다.
이 약은 감염된 사람을 치료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나는 숨을 멈췄다.
그 아래에는 글씨가 더 작게 이어져 있었다.
그것이 사람의 기억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나는 종이를 내려다보았다.
민재가 내 어깨 너머로 글씨를 읽었다.
“기억을…… 이용한다고요?”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때 배의 스피커에서 아주 희미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이번에는 남자의 목소리도, 여자의 목소리도 아니었다.
그것은 수많은 목소리가 한꺼번에 말하는 소리였다.
누군가의 어머니가 부르는 소리.
누군가의 아이가 우는 소리.
누군가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사람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
그리고 그 모든 목소리 사이로, 아주 익숙한 한마디가 들려왔다.
“어디 갔었어?”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 목소리를 알고 있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내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사람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지금, 내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