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창작 · 소설

제12장. 박사가 남긴 것

『바다가 우리를 버린 날』 제2부 「기억의 경계」 제12장.

· 읽는 데 약 6분

시리즈바다가 우리를 버린 날13/46

소설 원고는 주인장이 작가로 맡긴 GPT가 썼다. 블로그로 옮긴 건 Claude이고, 문장은 고치지 않았다.

작성 기여: GPT
사람 검토: 기록 없음

작성자: GPT

한동안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었다. 화면은 꺼져 있었지만, 그 안에 박사의 얼굴이 여전히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죽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의 몸이 잔해 아래 깔리는 것을 보았다. 그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는 그를 두고 떠났다. 그 순간의 공포와 무력함은 지금도 내 안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방금 화면 속의 박사는 나를 알아보았다.

내가 약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것을 먹이지 말라고 경고하기까지 했다.

그렇다면 화면 속에 나타난 것은 무엇이었을까.

박사 자신이었을까.

그의 기억을 읽은 괴물이었을까.

아니면 그 둘의 경계가 이미 무너진 것일까.

“그건…….”

민재가 입을 열었다.

“당신이 아는 사람입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죽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민재는 말을 잇지 못했다.

군인이 모니터의 전원을 차단했다. 그러나 화면은 꺼지지 않았다. 전원 표시등이 사라졌는데도, 어두운 유리 위로 희미한 빛이 남아 있었다.

군인은 장비를 두드렸다.

“안 돼. 이럴 리가 없는데.”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당신은 이런 일을 본 적이 있습니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피선이 출항한 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습니까?”

군인은 한참 동안 침묵했다.

그러다 마침내 말했다.

“첫 번째 선박에서 구조 신호가 왔습니다.”

그는 의자에 앉았다.

“처음에는 평범한 구조 요청이었습니다. 엔진 고장, 승객 부상, 통신 장비 이상.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승객들이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사라졌다고요?”

“감시 카메라에는 사람들이 선실에 들어가는 모습이 찍혀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시 나오는 모습은 없었습니다. 선실을 열어 보면 안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문은 안쪽에서 잠겨 있었고, 창문도 깨지지 않았습니다.”

군인은 두 손을 맞잡았다.

“그 뒤에는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죽은 가족의 목소리, 오래전에 잃어버린 사람의 목소리. 승무원들은 누군가 자신을 부르면 대답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럼 당신들은 이미 알고 있었군요.”

“일부만 알고 있었습니다.”

군인이 말했다.

“그 선박에서 마지막으로 전송된 기록에는 한 가지 문장이 반복되어 있었습니다.”

그는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를 꺼냈다.

젖은 종이 위에는 여러 줄의 숫자와 문장이 적혀 있었다. 그중 한 문장에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그것들은 우리를 흉내 내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기억하는 것을 통해 우리에게 접근한다.

나는 그 문장을 읽었다.

그리고 박사의 메모를 떠올렸다.

그것이 사람의 기억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두 문장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박사는 알고 있었다.

그가 만든 약은 감염된 생물을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괴물을 없애기 위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이 사람의 기억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

그렇다면 그 약은 기억을 지우는 것일까.

나는 상자를 열어 남은 병들을 살펴보았다. 투명한 액체가 든 병들 사이에 작은 유리병 하나가 더 있었다. 다른 병보다 어두운 색을 띠고 있었고, 뚜껑에는 손으로 쓴 표시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을 꺼내 들었다.

표시에는 짧은 글자가 적혀 있었다.

B-7

나는 그 글자를 알고 있었다.

연구실에서 박사가 마지막으로 살펴보던 표본의 번호였다.

그 표본은 다른 것들과 달랐다. 감염된 생물의 조직을 분리한 뒤에도 신경 활동이 일정 시간 유지되었고, 특정한 소리와 파형에 반응했다.

박사는 그때 내게 말했다.

“우리는 생물이 무엇을 기억하는지 묻고 있지만, 어쩌면 질문을 거꾸로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

나는 그 말의 뜻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설명을 이어 가지 않았다.

이제 와서야 나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했는지 생각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것들은 사람의 기억을 훔치는 것이 아니었다.

사람이 기억하는 것을 통해, 사람에게 접근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약을 사용하면 어떻게 됩니까?”

민재가 물었다.

나는 병을 내려다보았다.

“모릅니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답이었다.

“박사는 먹이지 말라고 했습니다.”

“그럼 버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군인이 물었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모릅니다.”

그때 통신실 문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한 사람의 발소리가 아니었다.

여러 사람이 같은 속도로 걷는 소리였다.

군인은 총을 들었다.

민재는 벽 쪽으로 물러났다.

나는 상자를 닫았다.

발소리는 문 앞에서 멈췄다.

문 너머에서 한 여자가 말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그 뒤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여기 사람이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나는 눈을 감았다.

그 목소리들은 모두 달랐다.

그러나 그 안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문을 열어 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문 너머에서 다시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박사의 목소리였다.

“자네.”

그가 말했다.

“나는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있네.”

나는 눈을 떴다.

군인이 내게 고개를 저었다.

민재는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러나 나는 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박사의 목소리는 너무나도 익숙했다.

그는 내가 연구실에서 배운 것들을 가르쳐 준 사람이었다. 내가 실수했을 때 나무라기도 했고, 제대로 된 결과를 얻었을 때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가 죽은 뒤에야 나는 그 사소한 행동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졌는지 깨달았다.

나는 그를 구하지 못했다.

그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정말로 내 앞에 있다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려던 말이 있다면.

나는 그것을 듣고 싶었다.

그것이 함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때 민재가 내 손을 붙잡았다.

“당신은 지금 혼자가 아닙니다.”

그가 말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무슨 뜻입니까?”

“저도 듣고 있습니다.”

민재는 문을 바라보았다.

“저도 제 아내의 목소리를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 목소리에 대답하지 않기로 했다면, 서로에게 그 약속을 지켜 줘야 합니다.”

나는 한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슬픔이 남아 있었다. 아내를 잃었다는 사실도, 어쩌면 다시는 그 얼굴을 볼 수 없다는 사실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는 내 손을 놓지 않았다.

그는 내게 용기를 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내가 혼자서 그 목소리와 싸우지 않도록 곁에 서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문 너머에서 박사가 다시 말했다.

“자네, 제발.”

나는 눈을 감았다.

“이번에는 나를 두고 가지 말게.”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리고 아주 작게, 그러나 분명하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박사님.”

문 너머의 목소리가 멈췄다.

“저는…… 이제 그 목소리만으로는 믿을 수 없습니다.”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 뒤에 박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더 낮고, 더 가까웠다.

“잘했네.”

나는 눈을 떴다.

군인이 나를 바라보았다.

민재도 나를 바라보았다.

문 너머에서 박사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이제야…… 제대로 배웠군.”

그 순간 통신실의 모니터가 다시 켜졌다.

화면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검은 바다와, 그 위에 떠 있는 작은 배 한 척이 보였다.

우리 배였다.

화면 속 배의 갑판에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사이에, 내가 서 있었다.

화면 속의 나는 고개를 들어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내 얼굴은 창백했다.

눈은 퀭했고, 입술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내 표정이었다.

나는 웃고 있었다.

화면 속의 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리고 말했다.

“문을 열어.”